2015년 4월 23일 목요일

원화 강세, 이상한가?


"한국도 제로금리로 갈 수 있다."

모 증권사의 보고서 제목이다.
세상에 무슨 일은 못 생기겠나?

한국이 일본화되니 저럴 수 있고 그걸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생기면 원화약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보고서이다.

하나도 공감이 안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혹하는 듯하니, 내용을 잠깐 보자.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적일 경우 한국의 경상흑자 등이 원화의 안정에 기여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할 경우에는 경상흑자보다는 자본계정에서의 외국인자본 유출입이 원화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했던 것이 일반적이다."


그림이나 설명의 원화의 급격한 변동은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얘기한다.
마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서 환율 급등(원화약세)이 발생했던 것처럼 써놨다. 
그러나 외환위기 시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고, 금융위기시에는 흑자기조였으나 3년째 정체되고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은 '자본유출이 발생하면서 원화의 초약세가 발생한후 가격경쟁력이 회복되고 수출이 늘면서 경상수지흑자가 회복되었다'는 것이 적절하다.


위 보고서 그림의 자본계정은 외환보유고를 포함하는 것이라 경상수지와 대칭이라는 상식 외에 더 보여주는 정보가 없다.
그러나 98년, 2009년에 경상수지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출로 환율 급등이 발생한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들어놨다.

이어지는 설명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미국이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고 한국과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가 가시화하는 시점부터는 경상흑자가 막대하다고 하더라도 자본계정의 영향력이 원화가치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도대체 언제 그랬다는 것인가?



한국의 외환위기는 미국의 유동성 흡수와 직접 관련이 없다.
멕시코가 94년에 관련이 있었다.
3년 쯤 후에 아시아에 후폭풍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면 패쑤.

2008년의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 자본주의의 위기였다.
그러나 유동성 흡수, 한미 금리차 축소가 가시화된 것은 04년부터이다.




04년에 벌어진 일 - 금리차, 외환보유고, 환율

그래서 금리차 축소가 가시화하니 04년에 원화약세가 왔나?
반대다. 반대라고.
04년에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렸다고요. 이 애널들, 기자들, 경제학자들아.


학교에서 배운데로 금리차에 따라 환율이 어쩌고 저쩌고를 기계적으로 대입하려니 아무 그림에 아무 설명이나 붙이고 염불, 주문을 왼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금리차가 축소되고 원화는 급등한다. 급등한다. 급등한다.
거의 공중부양수준이다.


내가 보는 모든 데이타의 방향은 원화 약세가 아니라, 원화 강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망하든 흥하든 상관없이.

이것을 막고 싶으면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환율시장 조작.

외환개입의 예 - 페루의 내부자료를 이용한 bis의 보고서

조작도 대충 하는게 하니고 04년처럼 해야 겨우 간에 기별이 올까말까 할 것이다.
왜?
수출로 투자로 들어오는 돈이 달러가 여전히 너무 많아서, 경상수지 흑자를 전년동기와 비교해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한은은 아직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900억불대로 보고 있지만, 환율이 현재수준을 유지한다면 1300억불부터 1600억불까지가 상식적인 범위의 흑자 수준이다.
속도가 둔화된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외국인들이 달러를 싸들고 들어오고 있고, 싸지고 나가는 것은 외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다.